top of page

따뜻한 OO

  • 윤동
  • 2018년 3월 1일
  • 2분 분량

세상에서 따뜻한 것이 있다면 모두 거부하고 싶었다. 쳐진 눈을 가진 내게 '따뜻함'이란 숨기고 싶은 나의 치부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나도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그 따듯함이 있다. 모두가 나를 보면 어쩜 그리 착하냐, 어쩜 그리 매너가 좋으냐,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착한 걸 보면 아내와 가족에게 정말 잘하지 않겠느냐 하는 말과 눈빛을 보낸다. 나도 내가 그런 줄 알았다. 내 안의 따듯함이란 너무나 강력한 것이어서 절대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무엇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내가 아니고 싶었던지 차가운 사람이 되려고 했다. 더 날카롭고자 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싶었다. 부모로부터 벗어난 이후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내가 차가운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 열정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그 추동력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어느 정도 그런 것들이 이루어졌다고 믿을 때쯤,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따뜻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차가울 수 있는 조절의 능력이 이루어졌다고 믿을 때쯤 나는 아내를 만났고 그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를 보며 느낀 가장 매력적인 모습은 바로 내가 되고저 했던,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아주 극단적인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호탕하게 입을 크게 벌리고 번화가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 누가 더 웃기나 경쟁할 수 있었던 사람, 하지만 눈물이 많아 조금만 마음 아픈 일이 생기면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던 사람, 그 사람이 아내였다.

그치만, 역시 불과 불이 만나고 물과 물이 만나면 더 큰 불이 되어 다 태우고, 더 큰 물이 되어 모든 걸 휩쓸고 가는 그런 사이가 우리였을까. 지금의 우리 모습은 그렇게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 흉측한 몰골이 되어 지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관찰 카메라가 있어 그 관찰자가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너무나 소름 돋을만큼 악착같이 서로를 미워하고 할퀴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그렇게 되어 있었다.

아주 어려운 계기로 나에게 도움을 준 한 어른은 내게 아내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권면했다. 2년 전 부부상담을 했던 선생님도 내게 아내를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주문했는데, 아직 그게 내가 버리지 못한 독인가보다. 알게 모르게 나오는 그 냉기, 음산하고도 모든 걸 다 베어버릴 것 같은 표정, 아주 짧은 침묵일지라도 스며나오는 그 차가움이 아내에게 다 느껴질 것이라 말해주었다. 아내는 현재 자신의 '존재'가 불안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것이 나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말했다.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내가 한없이 따듯한 마음을 갖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주 힘들겠지만 '힘내라'는 말과 함께...


 
 
 

Comentarios


© 2023 by Name of Site. Proudly created with Wix.com

  • Facebook Social Icon
  • Twitter Social Icon
  • Google+ Social Icon
bottom of page